(11-4) 델타의 오지캠프 외

 

(2) 델타의 오지캠프
커다란 나무가 여러그루 있고 모래와 진흙이 다져진 제법 마당같이 넓은 지역에 가운데를 비워두고 주위로 텐트를 쳤다. 폴러들이 15명인데 이들은 익숙한 솜씨로 짐을 날라주고 텐트를 치고 또한 그들의 텐트도 설치를 한다. 2박3일간 우리와 똑같이 이 델타의 오지에서 생활하며 안내도 하고 일을 돕는단다.
텐트를 설치한 후 앨버트와 폴러의 가이드인 게이피가 캠프에서의 주의사항들을 알려준다. 이 주변은 야생동물이 아주 많은 지역으로 수로에는 악어는 없지만 하마가 수영하러 오는 때가 있으니 잘 살피고 물에 들어가야 한단다. 코끼리가 많이 서식 하기 때문에 코끼리가 접근하면 피해야하고 자칼이나 하이에나는 사람에게 덤비지는 않지만 조심해야 하며 숲속에는 독뱀들도 많으니 조심해야 한단다. 그리고 화장실은 따로 없고 텐트에서 50미터 정도 떨어진 숲속에 구덩이를 파고 그곳에서 볼일을 보아야 한단다. 화장실 사용법도 가르쳐 주었는데 볼일을 보고 싶은 사람은 텐트주변 입구에 놓아둔 삽과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구덩이에 볼일을 보고 휴지까지 넣은 다음 삽으로 흙을 반삽 정도 위에다 덮으면 된다. 뒤에 사람은 삽과 두루마리 화장지의 유무를 보고 입구에서 기다리면 노크를 할 필요도 남에게 실례를 보일 일도 없거니와 오물도 땅속에 들어가 숲을 살찌우는 거름이 되니 정말 자연 친화적인 에코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식기나 음식물을 놓는 테이블도 모코로를 한 대 들고와서 뒤집어 놓으니 근사한 테이블이 된다. 음식을 조리하는 것도 숲에서 줏어온 굵은 나무조각으로 불을 지펴 모닥불을 피우고 그것으로 조리를 한다. 문명의 이기인 전기나 기름, 개스 같은 것이 없고 오로지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것처럼 자연 그대로인 생활이다. 문명이라면 우리들 머릿속에 있는 생활방식과 헤드랜턴뿐이다. 브라바리오 맥주 한 캔과 빵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3) 수로가운데의 천연 수영장
텐트촌 뒤쪽 숲길을 따라서 200미터 정도를 가면 깨끗한 수로가 하나 나오고 그 수로의 한가운데에 폭이 20미터, 깊이가 1.5미터 정도 되는 천연 수영장이 있다.  새벽에는 하마가 가끔가다 수영을 하러 온다고도 하는데 물도 깨끗하고, 물이 흐르긴 하지만 물살도 세지 않아 아주 물놀이 하기엔 좋은 곳이다. 나는 크리스티앙과 함께 이곳을 찾았는데 이미 여러 사람이 와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러모나 잉거 캐롤리나는 젊은이 답게 탄력있게 잘 가꾸어진 몸매를 뽐내며 비키니 차림에 수영을 하고 있다. 시모나와 잉그리드도 중년답지 않은 몸매이다. 캔과 안드레아 댄도 큰키에 남자다운 몸매를 자랑한다. 하지만 볼프강이나 윌슨은 배가나온 몹쓸 몸매로 보기에도 조금은 안스럽다. 나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에 들어가니 무척 시원하다. 햇살이 너무 따가와 어깨와 팔등에 선크림을 발라선지 물기가 금방 굴러 떨어진다. 캔과 크리스티앙 잉거가 잠수를 하자고 하며 물속을 헤집고 다닌다.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물속으로 잠수헤 눈을 떠 보니 괜찮다. 의외로 물이 너무나 깨끗하다. 피라미 같은 물고기떼도 헤엄치며 발등을 간지른다. 그리고 우렁이도 물속에서 종종 보인다. 우리는 발끝으로 우렁이를 한마리 건져 올려 이리 저리 던지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조금 있으려니 모제스와 마에타가 모코로를 한대씩 운전해 수영장으로 왔다. 우리는 번갈아 가며 모코로에 올라 운전하는 연습을 했는데 생각대로 배가 잘 나가지가 않는다. 배는 나가는데 제일 문제가 방향을 잡는것이다.발로 방향을 잡으라고 하는데 도저히 방향잡기가 힘든다. 애니멀 매지저인 하이커는 우리 중에서 제일 운전을 잘 했다. 그녀는 수영장을 몇번 왕복하고 큰 수로쪽으로 한참이나 올라가 다시 돌려 내려온다. 한시간 정도 물놀이를 하고는 숲길을 지나 텐트로 돌아 왔다.

 

(4) 숲속의 트레킹
나이가 많은 안내인 케이피를 따라 숲속을 걷는 체험에 나섰다. 델타의 수로 주변이나 숲속을 따라가며 동물들을 관찰 하는 체험인데 여러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5~6명씩 나뉘어셔 숲속으로 각자 떠난다. 나는 잉거 크리스티앙 신디아 시모나 와 한조가 되었다. 물론 각조마다 앞뒤에 가이드가 두명씩 붙어 다닌다. 숲속이나 물가에는 각종 동물들의 배설물이 자주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코끼리의 배설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의 텐트 주변은 물론 어디를 가도 코끼리의 배설물이 한무더기씩 보인다. 코끼리의 배설물도 다량 이거니와 그 개체수도 4천마리가 넘는다니 엄청난 숫자이다. 코끼리가 지나간 숲은 황폐하다 싶이 되는데 우리가 본 커다란 나무는 코끼리가 밀어 뿌리가 뽑혔고 가지는 잘려나가 앙상하게 남아 있다. 하마의 배설물이나 발자국, 기린의 발자국을 보고 케이피는 오늘 지나갔는지 며칠 지난 건지 알려준다. 케이피는 동물의 흔적 외에 나무의 이름과 약초들을 가르쳐 주었는데 역한 냄새를 풍기는 쑥과 비슷하게 생긴 모기 쫒는풀(world seger라 함)이 인기가 있다. 나는 빈트훅을 지나면서부터 매일 저녁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말라론을 처방받아 먹고는 있지만 모기에 물리면 안되겠기에 신경을 쓴다. 이곳 델타의 수로와 습기와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모기와 날파리가 유난히 많이 덤빈다. 시모나는 역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약초풀로 연신 등과 목을 훑어 내린다. 동물들은 숲속으로 숨어 버렸는지 임팔라 몇마리와 쿠두 그리고 새들만 볼 수 있었다. 숲속 트레킹을 끝내고 돌아오니 무척 피곤 하다. 나는 비누와 속옷을 챙겨 노을이 지는 길을 따라 수로 가운데의 천연 수영장으로 갔다. 저녁 시간이라 하마가 오면 큰일이다 싶다 했는데 다행히 하마는 없고 흑인친구 하나가 몸을 씻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악어도 없고 하마는 새벽에나 모습을 드러낸단다. 땀에 젖은 몸을 깨끗하게 씻고 빨래도 하고 캠프로 돌아오니 저녘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

 

(5) 폴러 마에타
소고기스튜에 스파게티 그리고 뜨거운 커피로 식사를 했다. 한접시 가득 담아서 맛있게 먹었다. 모닥불에 비추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서 하는 식사는  운치가 있다. 원시림의 달 그늘 아래 이글 거리는 모닥불로 검게 탄 주전자에는 물이 끓고 그을린 연기와 함께 묻어오는 모파니트리의 독특한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이곳은 정말 문명과는 동떨어진 오카방고 델타의 알 수 없는 오지이다.  식사 후 내 텐트 옆에 자리잡은 마에타 텐트를 마주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마에타는 나의 폴러는 아니지만 수영할 때도 같이 하고 내게 자주 말을 걸곤 했다. 오늘 워킹에서 동물은 얼마나 보았느냐고 묻기에 별로 였다고 하니 내일 아침에 나가면 많이 볼거라 한다. 한국의 계절에 대해 묻고 가족얘기도 묻는다. 마에타도 모제스와 같이 22살이고 아직 미혼이란다. 왜 결혼을 안했냐고 물으니 결혼 하려면 꽤나 많은 돈이 필요하고 모은 돈이 얼마 없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결혼을 위해 신부집에 지참금을 상당히 지불해야 하고 결혼을 위해 벌이는 잔치에 소와 염소가 각각 한 마리씩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에타는 지참금이 없는 백인여자를 아내로 맞이 할거라 한다. 그는 보츠와나 남자답게 키도 크고 잘 생긴 편이다. 몇 년 뒤 그의 소원대로 예쁜 백인여자를 아내로 맞이 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