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델타의 동물들

 

(1) 델타의 동물들

델타에서의 첫 밤을 보내고 일어난 시간은 새벽4시다. 아직 일출 시간은 아니지만 어스름 하게 뿌연빛이 들어 오는 중이다. 가이드와 폴러들은 이미 몇몇이 일어나 밤새 마당을 비춰준 모닥불에 나무를 더 지피고 둘러 앉아있다. 이윽고 날이 밝아오고 숲은 분주해 진다. 아침 일찍부터 야생동물을 찾아 워킹을 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 다음 어제처럼 케이피를 따라 워킹에 나섰다. 6시부터 시작된 워킹은 어제와 반대방향인 서쪽으로 시작했는데 작은 수로를 모코로를 타고 건너 숲으로 들어갔다. 케이피는 망원경을 들고 앞서 몸을 숙이고 숲을 헤쳐나간다. 맨 뒤에는 모제스가 서고 우리 일행은 일렬로 5명이 서서 천천히 따라간다. 한참을 가니 숲과 초원이 만나는 지역에 커다란 코끼리 가족이 풀을 뜯고있다. 거리가 300미터 정도 되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우리는 초원을 가로질러 가까이 다가갔다. 코끼리는 시력은 그렇게 좋지 않고 냄새를 잘 맞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50미터 정도에서는 아주 잘 보고 화가 나면 맹수보다 더 무서우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케이피는 당부 한다. 거리를 좁혀 우리 일행이 거의 50미터 정도까지 접근해서 몸을 숙이고 보니 정말 커다란 코끼리의 모습이 장관이다. 짙은 검은 회색의 매끈한 코끼리들인데 아기는 없고 모두 여섯 마리다. 풀과 나뭇잎을 뜯으면서 서쪽으로 이동 중인데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기 때문에 이들이 우리의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 오니 케이피는 뒤로 이동하라고 손짓을 한다. 우리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 말고 모두 뒤로 이동했다. 안전 거리를 확보한 다음 다시 코끼리를 보고 있으니 서서히 서쪽 숲으로 사라진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로 가보니 깊게 패인 발자국과 방금 배설한 듯 보이는 초록빛이 도는 한 무더기의 배설물이 있다.  코끼리가 사라진 뒤 숲속으로 이동하다가 커다란 나무위에 걸려 있는 임팔라의 뼈 잔해를 발견했다. 표범이 사냥해서 고기를 먹고는 그대로 놓아둔 것인데 머리부터 목뼈, 등뼈 흉추, 다리까지 그대로 붙어있다. 마치 박물관의 동물표본처럼 말라버린 뼈가 붙어있는 것이 신기하다. 누가 작업을 해 놓은 것도 아닐 텐데….
초원을 계속 걷다 보면 숲이 나오고 숲을 지나면 끝없는 초원이 계속되고 수로를 만나 우회 하다보면 또 숲이 나온다. 태양은 점점 강해지고 가지고 간 물병으로 계속 손이 간다. 파리떼와 곤충들이 계속 달려들어 쫒아 보지만 소용이 없다. World seger라는 식물의 줄기를 꺽어 들고 쫒는다. 냄새는 고약하지만 당분간은 파리떼가 달려들지 않는다. 스프링복과 임팔라, 쿠두 외에는 동물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더운 한 낮에는 동물들도 그늘을 찾아 쉬고있는 모양이다. 더구나 청각, 후각, 시각이 매우 발달한 야생 동물들을 우루루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찾기란 어려운 게 사실일 것이다. 우리는 더위를 식히려고 개미집이 언덕을 이룬 그늘 아래에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개미집은 나미비아에서부터 흔히 보아 온 것인데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작은 개미들이 이렇게 크고 튼튼한 집을 만들 수 있다니 신비할 따름이다. 가이드 케이피가 없다면 도저히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다. 지친 시모나가 이제 캠프로 돌아가자고 하여 우리도 동의 했다. 캠프로 돌아와보니 모두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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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의 폴러 모제스

식사 후 카를로스와 함께 델타 수로의 천연 수영장으로 갔다. 이미 여러 사람이 와 있는데 물위에서 기마전을 하기도 하고 잠수도 하면서 신나게 놀고있다. 잠시 후 모제스가 합류했는데 그는 참 놀기를 좋아하는 친구이다. 수영실력도 대단해서 잠수하고 다니면서 발을 만지거나 하면 여자들은 질겁을 한다. 모제스는 모코로 운전으로 단련된 몸이라서 그런지 군살이 하나도 없는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있다. 다이빙 하는 것을 좋아해서 물가에서 공중으로 점프하여 한바퀴를 돌고 떨어지는데 아무도 그를 따라하지 못한다. 볼프강과 캔이 손목을 마주잡고 인간 다이빙 대를 만들어 점프를 하게 했는데 아주 잘한다. 모제스는 돌아가면서 그 다이빙을 하도록 권유 하는데 나에게도 권한다. 한번 시도 했는데 생각대로 높이 오르지를 못했다. 다시 한번 시도해서 멋지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코로 물이 들어왔다. 캔과 잉거는 한사람이 물속에 꺼꾸로 서서 다리를 벌리면 그사이로 다른 사람이 점프하여 넘고 그 사람이 다시 물속에 서고 하는 놀이를 했는데 지구력과 숨을 참는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경기이다. 그들은 한 사람이 4~5회씩 연달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영에 실증을 느꼈는지 모제스는 캠프로 돌아가서 수로를 타고 모코로를 운전해 왔다. 우리들에게 모코로 운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는데 어제와 같이 역시 방향이 잘 잡히지 않는다. 모코로를 타고 놀다가 이번에는 모코로에서 물속으로 다이빙 하는 놀이를 한다. 역시 모제스나 잉거 캔은 잘한다. 나는 모코로 위에서의 다이빙은 하지 않고 구경만했다. 그런데 프레드가 모코로 위로 올라가서 다이빙을 하려다가 그만 삐끗하면서 물속으로 떨어졌다. 모두들 실수하는 프레드의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였는데 프레드가 물에서 일어서지를 못한다. 다리를 다친 모양이다. 캔과 안드레아가 양쪽에서 부축을 하여 물 밖으로 나왔다. 근육 경련이겠지 싶어 그늘에서 쉬게하고는 모두 수영을 계속했다. 물도 깨끗하거니와 밖은 너무 더워 물속에서 노는 것이 정말 좋다. 이렇게 오랫동안 물속에 있던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텐트로 돌아온 나는 일정표를 정리하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마에타가 다가와 말을 건다. 델타 수로의 물 색갈이 붉은 색조를 띄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모래 성분 중에 붉은 색조가 섞여 있어서란다. 그렇지만 수로의 물은 깨끗해서 자기들은 그대로 음용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기에는 수로는 물론 섬에도 전부 물이 차올라 바다처럼 된다고 했다. 그는 형제들이 많은데 형이 셋 여동생이 하나 있다고 했다. 부모님은 돌아 가셨고 형 하나는 군대에 있다고 했다. 카방고족인 그가 결혼 하려면 지참금이 많아야 해서 백인여자와 결혼 할 거라고 또 이야기 한다. 보츠와나 부모들은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는데 부모들이 가축을 지참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란다. 그렇지만 마에타는 아들이 더 좋단다. 결혼하면 아들을 많이 낳을 거란다.
마에타는 축구를 잘한다고 한다. 마운의 클럽팀에서 수비수로 뛴다고 했다. 내년의 월드컵 경기 중 세 경기가 보츠와나에서 열리는데 축구경기를 관람할 계획이란다.
모제스와 마에타는 델타에서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친구다.(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