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델타의 동물들-2

 

(3)   델타에서의 황홀한 일몰

오후 5시부터 모코로를 타고 수로로 나갔다. 일명 모코로 선셋 크루즈다. 먼저 하마가 자주 온다는 하마풀을 찾아갔는데 하마들은 보이지않는다. 스팁그래스와 수련이 피어있는 넓은 호수를 지나 뭍으로 올라 갔는데 3개월 전에 죽은 코끼리의 사체가 있는 곳이었다. 거대한 코끼리의 머리뼈와 등뼈가 하얗게 남아있고 등가죽의 일부는 그대로 남아있어 주변에는 부패하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뱃속에서 나왔을 것 같은 배설물의 일부가 쌓여있고 그것에서 나는 냄새 같았다. 3개월 전에 죽었는데도 뼈만 앙상하고 등가죽 일부만 남은 것은 주변의 육식동물들이 한동안 포식을 하고 작은 청소부 곤충들까지 다녀간 것같다. 이 코끼리의 가족들이 가끔 와서 코로 뼈를 더듬어 보고 가곤 한다고 한다. 생전에는 그 누구도 두려워 하지 않던 거대한 몸집의 코끼리도 이렇게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존재이고 항상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진리임을  알 수 있다.


새들이 많이 서식하는 호수로 모코로를 타고 가니 마침 일몰이 시작된다. 우리들은 모코로에 앉아 나뭇가지 뒤로 하늘을 물들이며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해를 본다. 호수에 비춰지는 나무의 잔영과 붉은 하늘이 하나 더 호수 속으로 떨어진다. 집을 찾아 날아오는 새들이 붉은 하늘에 투영되어 신비스런 풍경화 같이 보인다. 새와 호수 붉은 하늘이 조화된 일몰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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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방고족의 노래와 춤

일몰을 구경한 후 텐트로 돌아온 우리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두 모닥불 옆으로 모여 앉았다. 폴러들을 비롯한 전 가이드들이 카방고족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마에타와 모제스는 맨 앞줄에 서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는데, 이전에 보았던 아프리카 흑인들의 노래와 어딘가 통하는 것 같다. 악기나 리듬을 지원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사람의 목소리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라고나 할까? 기교나 가성을 더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의 소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마에타는 이들 중에 선두를 잡아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모제스는 힘찬 몸짓으로 춤을 춘다.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그대로의 몸짓이다.

 
애잔하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에 속도감과 힘이 전해지는 이들의 노래와 춤은 아프리카 숲의 저편으로 밤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우리들에게도 춤과 노래를 하라고 권한다. 독일인이 가장 많기에 그들은 합창으로 여러 곡을 들려준다. 신디아는 노래도 많이 알고 목소리도 제일 좋다. 신디아가 선창을 하면 그 뒤를 따라 부른다. 내가 아는 노래는 로렐라이 밖에 없는 것 같다. 미국인 윌슨은 아이포드에 노래말과 연주를 담아 보면서 부르는데 모르는 노래다. 카를로스는 텐트에서 나오지 않았고 내게도 모두들 노래를 신청한다.  무엇을 할까 고민 하다가 빠르고 경쾌한 것이 좋겠다 싶어 “강원도 아리랑”을 불렀다. 의외로 반응이 좋다. 이어서 캐롤리나는 브라질 민요를 부르면서 춤을 추었고 잉거는 네덜란드 노래를 패트리샤는 팝송을 불렀다. 아프리카 사람들과 춤추고 노래하며 격의없이 보내는 시간이다. 공연이 끝나고도 이른 저녁(9시)이다. 이들은 간단한 퀴즈를 내고 다함께 풀어보는 놀이를 하는데 땅바닥에 나뭇가지를 꺽어 도형을 만들고 그중 한두개를 이동시켜 원하는 것을 이루는 성냥개비 놀이 같은 것을 주로 한다. 연필이나 종이가 흔치 않고 야생에서 할수 있는 이런 놀이가 이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잠을 자다가 동물의 울부짓는 소리에 눈을 뜨니 새벽 두시다. 하이에나들의 소리인데 아마 어떤 초식동물을 잡아서 그가 울부 짓는 소리같다. 너무 가까이서 들리므로 우리 텐트로 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일어나 앉았다. 바로 옆에 잉그리드 부부도 일어난 것 같다. 마에타와 다른 폴러들의 텐트는 조용하다. 조금 있다가 폴러 한 명이 텐트를 열고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하이에나들의 울음소리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조금 후 다시 몰려와서 큰소리로 울어댄다. 아마 먹이를 서로 먹으려고 다투는 소리 같다. 한참 후에 이들의 소리가 사라진뒤에야 다시 잠을 잘 수가 있었는데, 아침에 케이피의 말에 의하면 하이에나가 임팔라 같은 동물을 텐트주변에서 사냥하고 먹어치우는 소리였다고 한다.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생생한 야생에서의 밤을 경험한 시간이었다.(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