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귀국

 
(1)   귀국

50이 넘은 나이에, 그렇게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 배낭을 짊어지고 떠났던 아프리카 여행….

기대반 두려움반 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영어가 원활하지 않아 처음에는 고생도 했지만 좌충우돌 하면서도 한때는 눈치로 한때는 직관으로 일행들과 어울리면서 무사히 여행을 끝내게 되어 다행이다.
그러나 항상 아쉬움이 남듯이 후회되는 상황도 생각이 든다. 우선 모든 액티비티를 소화하리라 마음먹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이 아쉽다. 스카이다이빙과 세계최고높이의 번지점프에 도전해 보지 못한 것이 그것이다. 또 한가지는 잉거에게 미안하다는 점이다. 잉거는 독일어 통역사로 사실 나와 윌슨 카를로스 패트리샤에게는 필요가 없는 스탭이다. 그렇지만 여행내내 잉거는 스탭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성실한 친구였고 내게도 영어로 많은 이야기를 해준 예의바른 여자였다. 물론 노매드에서 어느 정도의 급여를 받겠지만 일행들이 여행 마지막에 팁을 거두어 주는 시간이 되어 내게도 잉거를 위한 봉투가 전달 되었었다. 나는 순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지 하면서 우리의 인정이나 너그러움을 잊고, 그 알량한 서구적인 논리와 합리성을 떠 올리며 “독일어 통역사는 내게 불필요한 존재”라 치부하고 빈 봉투로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정말 후회되는 순간이다.
만약 잉거가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에게 몇 번이고 밥을 사며 그 일을 만회해 보겠노라고 생각해 본다.

빅폴에서 인천까지는 만 하루가 넘게 걸리는 먼 거리였다.
비행기에서 그간에 다닌 여러 곳의 장면과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긴 꿈을 꾸었다.
그곳은 랑가의 타운쉽에 있는 비좁은 판자집 안이었다가, 붉은사막 위의 황홀한 사구로 보이기도 하고 끝없는 사바나의 초원 위를 나는것도 같고, 한 순간은 델타의 수로 위로 수련을 밟으며 지나가는 것도 같은 환상이었다. 그리고 초원 위에서  풀을 뜯는 임팔라의 무리와 눈이 어지러운 얼룩말의 등 위에서 질주하는 것도 같고, 깊고 검은 눈망울 속의 코끼리와 교감하는 것도 같은데 어느순간 세찬 물보라 속으로 던져지는 느낌도 든다.
눈을 떠 보니 검은 피부를 가진 스튜어디스가 어떤 기내식을 원하냐고 묻는다.


(2)   여행을 끝내며

여행을 끝내면서 여러가지 느낀점이 많다. 우선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아프리카의 신비한 자연은 태고부터 그자리에 있어왔겠지만 처음 보는 내겐 충격과 환상 그 자체였다. 케이프반도의 장엄함을 비롯하여 피시리버캐년의 비경, 그리고 붉은 사막에 변화하는 듄의 모습 끝없는 사막과 초원, 둥그런 지구를 실감나게 하는 에토샤판과 스피치코프산의 신비감은 인간의 존재를 무시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 만 같다. 사바나의 끝없는 초원과 수천년을 지키고 서있는 바오밥 나무와 생각을 멈추게 하는 빅토리아 폭포의 물소리는 내게 강한 울림을 주는 자연의 예술품이다.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 검은 피부를 가진 그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닌 아주 친근한 사람이라는걸 느낀 것도 이번 여행의  값진 경험이었다.
브라이언, 뷰티, 다마라, 헤레로 래디, 아비사이, 모제스, 마에타, 까오, 와이즈…. 이들은 내게 다가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던 친구들이다.
브라이언은 아파르트헤이트의 산 증인으로 그 어려운 시기를 기억하며 증오에서 용서로 기억되는 평범한 시민이다. 그가 즐겁게 안내를 하며 행복한 생활을 하기를 빈다. 또다른 브라이언은 노매드 여행팀을 이끌고 있는 가이드인데 한달여를 더 해야하는 그의 여행일정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도해 본다. 아비사이는 빨리 돈을 모아서 소를 장만하여 결혼하기를 빌며, 모제스도 여자 친구와 좋은 가정을 이루고, 마에타는 바라는대로 예쁜 백인 여자와 결혼하기를 빌어 본다. 부시맨 까오는 가족들과 칼라하리에서 매일 풍족한 열매와 뿌리를 얻고 오랫동안 칼라하리를 지키면서 살기를 바라며, 와이즈는 래프팅 손님이 많아서 결혼자금을 빨리 모아 독립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본다.
그리고 패트릭과 앨버트는 다시 시작 하는 여행도 무사히 끝내기를….
내년 2월까지 여행을 하게될 윌슨과, 한달여를 아프리카 머물게될 캐롤리나, 몇 년을 더 세계일주를 하게될 잉거, 모두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무사히 여행을 마쳤으면 하고 바래 본다.
각자의 일터나 집으로 돌아가 있을 나머지 여행 멤버들에게도 행운을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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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회에 걸쳐 자신의 소중한 여행기로 아프리카를 소개해 주신 마부하이 한의원의 원길상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편집자가 옮기는 과정에서 혹시 소중한 작품에 흠집을 주지 않았나 염려스럽습니다. 용서 바라오며, 재차 연재를 허락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편집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