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빅폴에서 길을 잃다.


(1)   빅폴에서 길을 잃다.

폭포 관광 후 빅폴 시내의 크래프트마켓에 들렀다. 아프리카 야생동물,인물 등에 대한 조각상이나 동물의 뼈로 만든 조각품 등을 파는 상점이 사방에 늘어서 있는 거리이다. 상점이라고는 하지만 반듯한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쿠한자나 마운에서와 같이 나무 기둥을 대충 세우고 양철이나 천으로 지붕을 한 두세평 짜리 가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그런 가게들이다. 옆 가게와는 경계가 특별히 구분이 안 되는데 물건이 진열되지 않은 좁은 통로를 다니며 물건을 구경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상술은 귀찮을 정도로 끈질기다. 자기는 무슨 부족인데 조각 일을 대대로 하고 있으며 무엇으로 만들었고 솜씨가 좋지 않느냐며 애원하듯 설명한다. 하긴 이들의 쇼나 조각품은 섬세하고 사실적이며 표정이 살아 있을 정도로 예술적이다. 사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크기와 무게 때문에 포기하고 만다. 그 대신 어머니와 아내에게 줄 간단한 수공예품 몇 개를 사서 주머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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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나와 프레드 신디아 파올라 크리스티앙은 더 살 것이 있는지 시장 안을 둘러본다. 카를로스와 나는 실컷 구경을 했으니 로지로 가자며 시장을 나섰다. 차를 타고 나올 때 보니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아 로지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시장을 뒤로하고 열차 식당을 지나 철길을 건너니 자카란다 꽃이 핀 나무들이 늘어선 리빙스턴 웨이가 나온다. 리빙스턴 웨이가 빅폴의 중심가인데 길가 보도를 따라 바분 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길을 지나 넓은 잔디밭 마당이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카를로스와 나는 이들을 찍기 위해 낮은 담에 기대어 살피고 있으려니 한 녀석은 나무 위로 올라가고 한녀석은 하얀 집의 창문에 가서 열어보려고 한다. 다행히 창은 안에서 잠겨 있는 모양 이다. 바분들은 잔디밭 정원이 자기집인 것 처럼 이리저리 다니면서 장난도 치고 나무를 오른다. 야생동물과 사람들이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니 빅폴에 왜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지 이해가 간다.


카를로스가 찾아가는 길이 맞느냐며 따라온다. 리빙스턴 웨이를 1키로미터 정도 걸어 좌측의 작은 도로로 들어 서면 자카란다 나무가 많은 거리가 다시 나오고 빅폴사바나로지 표지판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로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분명 이쯤일 것 같은데 집의 생김새나 나무가 우거진 모습이 똑 같다. 빅폴 시내가 의외로 넓고 구조가 비슷비슷하게 지어논 건물이 많아 찾을 수가 없다. 길은 넓고 지나 다니는 사람도 없어 물어 볼 수도 없다. 주소도 없고 전화를 할 수도 그렇다고 택시 같은 지나는 차도 없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수밖에 없는데, 조금만 더 가면 나타날 것만 같아 계속 찾아 헤맨다. 마침 한 흑인이 걸어 오길래 물으니 사바나 로지를 모르는 모양이다. 한참을 더가서 근무지의 유니폼인 것 같은 파란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물으니 따라오란다. 구세주를 만난 것 처럼 반가워 그의 뒤를 따르니 반대편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방향을 잘못 잡고 온 것이다.


큰킬을 다시 건너 숲속 같은 도로를 한참 걷다가 다른 흑인을 만나 우리를 인계하고는 그를 따라가라고 한다. 그가 사바나로지 부근에서 일하니까 안내해 줄거라 한다. 친절한 사람들이다. 그를 따라 한참을 걷는데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로지는 보이지 않고 비슷비슷한 건물들이라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든다.


카를로스가 있어서 덜 하기는 한데 이들이 엉뚱한 곳으로 데려 가는 것은 아닌지 더위에 땀은 나고 지쳐가기도 하는데 로지는 안 나타나고 정말 난감하다. 카를로스와 그가 앞서고 나는 30미터 정도 뒤에서 따라 갔다. 길 위에 자카란다와 다른 꽃을 촬영하느라 뒤떨어진 탓도 있지만 여차하면 뒤로 뛰어가리라 마음먹고 거리를 띄운 거였다.


한참을 걸어도 로지는 나오지 않는데 두사람이 지나간 뒤로 나무에서 혹멧돼지 가족이 나온다. 튀어나온 어금니가 위아래 붙어 있어 사납게 보이는데 덩치 큰 어미 뒤로 귀여운 새끼들이 여러마리가 졸졸 따라다닌다. 카를로스와 흑인친구가 지나가자 어미가 길을 건넜는데 뒤이어 내가 따라가는 것을 보고는 새끼들이 길을 건너다 말고 다시 나무등걸 뒤로 몸을 숨긴다. 길을 건넌 어미는 내가 지나갈 때 까지 새끼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지극한 모성애를 느낄수 있는 모습이다. 새끼들은 내가 지나가는 동안 소리도 안 내고 쥐죽은 듯이 나무등걸 뒤에 웅크리고 있다. 본능적인 행동같다. 사진을 몇장 찍고 카를로스와 흑인친구를 부지런히 뒤따라 가면서 뒤를 보니 새끼 혹멧돼지들이 부지런히 어미가 서있는 도로의 반대편으로 뛰어간다.


흑인친구는 사바나 로지를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를 도우려고 헤매면서 찾은 것 같다. 그 흑인 친구가 길에서 만난 다른 친구에게 무어라 말하더니 또 그를 따라가라 한다. 그가 사바나 로지를 잘 안단다. 의심을 하면서도 그를 따라 한 블럭을 가서 좌회전을 하니 사바나로지 표지판이 보인다. 얼마나 반가운지! 거의 한시간 여를 헤메고 다녔으니 다리도 아프고 지쳐서 기진맥진할 지경인데 걸음이 빨라진다. 그는 로지 옆집에 볼일이 있어 들어가면서 웃는다. 내가 한때나마 이들에게 나쁜 사람일지 모른다고 의심을 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파란 제복을 입었던 친구와 다리가 불편한듯 하면서도 길을 헤매며 찾으려 했던 나이든 흑인과 깊은 눈을 가진 청년 그리고 로지 옆집에 볼일이 있어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들어간 흑인친구 모두에게 감사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