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호-어설프게 영어 공부하는 이들을 향한 독설-2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 처럼 나의 영국 생활은 생각했던 것 보다 만만치 않았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학교가 은퇴 부자 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남는 시간에는 그 분들 말동무가 되어 드리면서 영어를 배워 가겠다던 내 의지는 하나도 제대로 되어가는 것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12명 넘게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고 한국 학생들도 많았으며, 손들고 얘기하기 전에는 말할 기회조차 거의 없는 수업이 계속되었다. 일을 마친 후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한국 친구들과 맥주 한 잔하고 한국 음식 해먹는 일이 습관처럼 반복되었다. 노인들과의 정담은 솔직히 나눌 시간도 없었고 수업도 제대로 못 따라가는 수준으로 노인들과 정담을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내가 아는 한 서양권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이러한 생활 패턴으로 10개월을 지내게 된다. 그저 여학생들 중 현지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한국 학생들 무리로 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가 다행히 있는데, 그런 경우에나 영어 실력이 상당히 빨리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이외의 학생들은 예외없이 어설프게 생활영어나 하는 정도의 영어 실력으로 자신없이 귀국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Listening, Reading에 관한 기본은 있으나 Speaking, Writing 부분에서는 완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그나마 된다는 Listening은 정말로 들으면서 바로 이해하고 써머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필요한 내용을 발췌해서 듣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험 대비용일 뿐이라는 문제가 있다. 나름 강하다고 생각하는 Reading도 읽으면서 바로 그 내용을 자동으로 파악해가는 독서의 방식이 아닌 해석을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한계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2,000년도 까지는 이런 방식의 영어가 통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듣고, 읽은 것을 자기 입으로 다시 정리해서 자연스럽게 말 할 수 없다면 어디가서 영어를 할 수 있다고 말하기 민망한 시점이다. 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이런 능력이 없는 영어 초보자들에게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의 어학연수로는 효과를 거둘 수 가 없다.

내가 유학생활을 한 영국만 보아도 어학연수생들의 1년 생활은 대부분 비슷하다. 어학연수는 보통 어학원과 홈스테이 예약에서 부터 시작된다. 단란한 영국 가족과의 아침부터 밤까지 영어만 쓰는 홈스테이를 누구나 기대하지만 홈스테이를 하며 그 가족들을 만나 함께 대화하며 생활하는 것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게 현실이다. 심지어는 인도나 파키스탄 영국 거주자가 집을 렌트해서 한국 사람을 상대로 홈스테이를 사업처럼 하는 곳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런 홈스테이의 현실에 실망한 학생들이 그 다음으로 찾는게 외국인들만 있는 쉐어하우스이다. 그러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들과 같은 집,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적 이질감과 외로움을 그들을 친구로 만들면서 극복해야 하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을 극복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은 “다음, 네이버” 등의 관련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 학생들끼리의 하우스 쉐어이다. 한국인의 특성상 방도 아늑하게 꾸며져 있고, 한국인 룸메이트가 있고 다들 비슷한 처지에 선배들로 부터 아르바이트까지 소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런 공간에 쉽게 정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서 하는 자기 합리화 “한국인들과 살아도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이런 결론에 다다르기 까지 보통 2-3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그 다음부터는 누구나 같다. 일어나서 아침 먹고 어학원가서 수업 몇 시간 그룹으로 듣고 일본이나 중국 친구들 좀 사귀거나 영어 정말 못하는 스페인 친구들과 친해진다. 오후에는 한국 친구가 소개해 준 곳에서 영어 쓸 일 하나도 없는 아르바이트 하고, 밤에 돌아와서는 같은 집에 사는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하루 있었던 얘기들 실컷 하고, 주말에는 한인 교회에 가서 한식 얻어먹고 근교에 함께 놀러 다니는 생활. 여기서 한국사람과 이성교제만 안해도 천만 다행이다.

생활적인 것에서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아카데믹 면에서도 한국 초보자들에게 서양권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그룹 수업은 정말 비효율 적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 학생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절대 손들고 먼저 발표하지 않는 다는 점. 옆에 다른 한국 사람이 있으면 영어로 말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꺼려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그룹 수업 시간에 한국 학생이 하는 말은 오직 선생님이 본인에게 직접 질문했을 경우 뿐이라는 것이고, 보통 15명 이상이 함께 공부하는 그룹 수업에서 2번 정도 선생님이 질문을 해준다고 해도 학생은 고작 한 시간에 2마디 정도 해보고 수업을 마치는 꼴이다.

또한 아르바이트!! 영어를 할 수 없는 한국 연수생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정해져 있다.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Dishwashing 이나 한국 레스토랑 서빙, 청소나 농장일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이다 보니 동료들과 실컷 한국말로 떠들고 오는 것이 전부이고, 차라리 말 자체를 안하는 잡이라면 행운이다. 이런 생활을 1년 동안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들이 1년 후 자신있게 영어 공부 제대로 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일반적인 특성의 한국 학생들에게는 답이 나오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